본문 바로가기

사진 이야기/HARDWARE

Leica M8

 Leica M8 Life Style/DSLR

http://blog.naver.com/luckyrockguy/50016699167

출처 블로그 > Stage#REAL
원본 http://blog.naver.com/stagereal/50014963197

본 글은 월간 포토넷의 의로로 작성된 글입니다. 2007년 2월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무단 전제나 이동은 삼가해주세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인적인 이야기

 

벌써 3년 넘게 사용해 온 필자의 휴대폰이 최근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껍데기는 닳을대로 닳아서 여기저기 보기 흉한 균열을 보이고, 버튼은 눌리지 않고, 종종 멋대로 꺼지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새 휴대폰을 사야겠다 결심을 하고 여기저기 가격비교 사이트라던가 리뷰 사이트를 뒤지고 있었는데,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L사의 한 제품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직장 동료가 문득 이런 말을 던졌다. 그건 차장님하고 어울리지 않을텐데요? 그래? ? 글쎄요, 어울리지 않아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나하고 어울리지 않나 고민되기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필자는 그 제품을 선택했다. 내게 어울리는지라는 측면보다는 그 제품이 그냥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받아본 제품은 다행히도 마음에 들었다. 잘 샀네!라고 중얼거리며 만지작거리다보니 배경화면 목록 중에 클림트의 그림이 있는 것이었다. 대단한걸. 이걸 누가 생각해냈을까?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직장동료 왈, 제가 넣었는데요. 뭐야, 그럼 이 상품 설계를 그대가 한거야? 진작 말하지, 안샀을텐데. 아니 왜요? (참고로 그 직장동료는 바로 얼마 전까지 L사에서 일을 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상품의 제작 과정에는 상품설계와 마케팅이라는 두 가지 과정이 들어있게 마련이다. 길가에서 호떡을 파시는 아주머니도 호떡의 재료를 고르고 어떤 비율로 반죽을 할 것인지 얼마나 구울 것인지를 고민하고, 이것을 어느 동네의 어느 위치에서 팔 것인지 고민하며, 당연히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소위 명품 가방들도 동일한 하지만 보다 정교한 과정을 거친다. 카메라 리뷰에서 이런 생경한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M8이라는 카메라를 받아보고 처음 든 생각이 라이카에는 상품설계자나 마케터가 없나?라는 황당한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라이카, 디지털을 실험하다

 

라이카의 디지털 실험은 벌써 5년 째에 접어들고 있다. SLR계의 양대 업체인 니콘과 캐논에 비해 뒤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파나소닉과의 연대는 이미 상당한 결실을 맺어 컴팩트 카메라 시장에서는 시장 석권까지도 넘보고 있는 실정이다. (엄밀히 말해 라이카의 광학기술이 들어간, 라이카의 브랜드가 각인된 파나소닉의 제품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듀얼 브랜드 전략으로 일부 라인은 양사 공히 자체 메이커로 출시하고 있다.) 그러한 라이카가 디지털-M을 출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연히 마련된 수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 것이 왔구나. 돈을 모아야 하나.와 같은 감회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2004년의 디지털-모듈-R의 참패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이후 듣게 된 Phase One과의 전략적 제휴라던가 Sinar의 인수, Kodak CCD 기술을 사용한다던가 하는 소식들을 통해 어느 정도 안심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2007 1월 현재, M8은 출시된 지 몇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십자포화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어디를 가도 옹호의 글보다는 비판의 글들이 다수를 이루고 (라이카의 의도와 달리) 아날로그의 종언이 아닌 라이카의 종언이라는 살벌한 단어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필자는 방어를 위한 변명이 아닌 발전을 위한 제언의 관점에서 M8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M8, as is

 

이미지 센서

27*18mm 1.33배율의 Kodak CCD

화소수

1,005

포커스

Manual Focus

마운트

라이카 M

호환성

1954년 이래 생산된 모든 M-Lens

출시예정인 라이카 Digitalized 6bit Coded Lens

파일 포맷

DNG(Digital Negative) / JPEG / DNG+JPEG

해상도

3,936*2,630 / 2,952*1,972 / 1,968*1,315 / 1,312*876

셔터 유닛

마이크로 프로세서 제어식 포컬 플레인 메탈 셔터

셔터 속도

B, 4~1/8,000

촬영 모드

Aperture Priority / M / B

노출계

TTL 방식의 내장형 노출계

노출 보정

+-3EV (1/3 Step)

ISO지원

160 / 320 / 640 / 1250 / 2500

화이트 밸런스

/ / / / / / / 프리셋 / 캘빈 조절

이미지 보정

Sharpness / Contrast / Saturation

셀프 타이머

2 / 10

LCD

23만화소, 2.5인치

연사

초당 2프레임

저장 매체

SD / SDHC

인터페이스

USB2.0

전원

3.7V 1,900mAh 리튬이온

크기

139*80*37mm

무게

545g (배터리 제외)

 

이 표는 M8이 이전의 M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디지털 카메라로의 변모와 셔터 유닛의 변화, 1.33배의 배율이라는 점 정도의 차이일 뿐 대부분의 사양은 M7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M8을 만져보고 깊이 들여다보면, 상당한 차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외형적 측면에서 바디의 재질이나 만듦새, 디자인 컨셉, 파인더와 수광부, 셔터의 설계 등은 M의 전통을 훌륭하게 계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유의 품위와 완성도는 여전히 정점을 지향한다. 반면, 세부적으로는 전면의 배터리 수납부와 필름 리와인드 레버, 상단의 필름 크랭크와 와인딩 레버가 생략되고, 전면의 브라이트 센서 창, 측면의 USB단자 덮개, 후면의 LCD창과 메뉴 버튼들 및 네비게이션은 새로 추가되었다. 또한 하단 커버 속의 필름실이 배터리 및 메모리카드 수납부로 변경되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디지털로의 이행을 위해 변경된 설계라고 생각되는데,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많은 유저들의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유저들은 전체적으로 더욱 깔끔한 디자인이 되었으며, 완성도는 여전하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반대편에서는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어졌다는 느낌 때문에 M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M의 감성이라는 게 불편하다는 것은 아닐진대, 수시로 교체해야 하는 배터리와 메모리 슬롯을 굳이 하단 커버 속으로 숨기고 (여기까지는 부품 보호를 위해 인정한다 치더라도) 굳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커버를 개폐하게 만들었어야 하는가, 시대착오적인 것은 아닌가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필자는 사실 오랫동안 M을 사용해온 유저는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논쟁에 뛰어들 생각이 없지만, 개인적인 느낌을 말한다면 필자에게도 어딘가 불균형한 부분이 보인다는 것이다.

예전에 필자는 Epson R-D1의 와인딩 레버를 보며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와인딩 레버가 사람들의 손에 익숙하고 그걸 감는 즐거움이 있다 하더라도, 또 그게 중요한 감성적 측면이라 하더라도 굳이 디지털 카메라를 와인딩 레버를 감아가며 촬영해야 한다는 걸 도무지 적절하다고 해야 할 지, 오버센스라고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M8은 필자에게 다른 측면의 당혹감을 느끼게 만드는데, 불용성의 측면에서 필름 크랭크와 와인딩 레버, 배터리 수납부, 필름 리와인드 레버를 과감하게 생략하더니,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하단 커버를 동일한 불편한 방식으로 개폐하게 하고 그 속에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넣고, 오히려 사용빈도가 떨어지는 USB단자 덮개를 커다랗게 측면에 추가하는 것을 어떤 균형감각이라고 말해야 할 지 난감하다. 이런 당혹감은 후면의 버튼과 네비게이션에서도 느끼게 되는데, 직관적이라는 M의 설계이념과 같다면 같을 수도 있지만, 숙고한 흔적은 보이지 않으며, 어딘가 불편하고 버튼의 재질이나 사용감도 지나치게 평범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외형적 요소에 있어 M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낸 것과 버린 것들 사이에서 라이카가 선택한 입장이 어딘지 일관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역차별일 수도 있겠으나, 라이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생각하면 필자의 난감함이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셔터 유닛의 변화이다. M8에는 전자식 메탈 포컬 플레인 셔터가 채용되었는데, 이 모듈은 라이카 R9의 그것과 동일한 것이다. 덕분에 1/8,000초의 셔터 속도를 제공하게 되었고, 개방 상태에서도 우수한 화질을 보여주는 M렌즈들을 ND필터의 추가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M8은 다른 측면에서의 장점들을 잃게 되었다. 셔터의 정숙함과 극소의 반발감이 그것이다. 주지하는 바, 절제된 셔터소리는 촬영자로 하여금 환경 및 피사체에 보다 깊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며, 더더욱 몰입하게 한다. 환경 및 피사체 역시 촬영으로 인한 방해를 받지 않게 된다. 또한 극소의 반발감은 촬영시의 흔들림을 제거하여 저속셔터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물을 보장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미덕을 M8은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셔터는 시끄러워졌고, 반발은 커졌다. 딸깍하던 셔터소리는 덜그럭~챠킹과 같은 이질적인 게다가 우렁찬 기계음으로 바뀌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모터드라이브를 단 초기 SLR카메라의 그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릴리즈 이후의 반발 역시 커졌을 뿐만 아니라 셔터감도 깊어져서 이전 M들에 비해 한 두 스탑을 손해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점들은 M의 정체성에 반하는 것이라도 볼 수 있는데, 글쎄, 1/8,000초의 제공이 그렇게 절박한 문제였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최소 감도가 160부터 라고 하지만, 밝은 낮에 RF로 최대 개방 촬영을 할 일은 사실 빈번한 것은 아니다. 또 한가지 궁금해지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니콘의 F라인에 삽입된 셔터 유닛을 설계한 것이 라이카라는 사실로 볼 때, 왜 자신의 중요한 브랜드인 M라인에 그에 필적할 만한 우수한 셔터 유닛을 넣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미러도 없는 RF의 셔터소리와 반발감 수준을 SLR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데,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 무리하게 재활용을 감행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한편, 셔터 유닛의 변화와 맞물려 M8은 보다 진보적인 플래시 시스템을 탑재하게 되었는데, 1/250초의 동조 속도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고 M-TTL이라는 모델링 및 여타의 기능들이 추가된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이 기능들은 특히 새로 출시될 라이카 Digitalized 6bit Coded Lens들에서 거의 자동화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이는 M8이 이전의 M들에 비해 표현의 확장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플래시가 없어서 직접 테스트해보지는 못했지만, 기존 시스템의 우수한 퀄리티를 생각할 때, 크게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제 디지털 카메라로서의 M8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이미지 프로세싱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먼저 밝혀두어야 할 것은 M8을 기존 거대 브랜드들의 축적된 디지털 기술로 개발된 카메라들과 비교하는 것은 불공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카가 Phase One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Sinar를 인수하고, Kodak CCD를 채용했다고 해서 그들의 디지털 기술이 충분할 것이라 전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파나소닉과의 다년 간의 관계를 생각하면 논란의 여지는 여전하지만 말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한다면 M8의 비교 상대는 니콘의 D1이라던가 캐논의 1D와 같은 초기 디지털 카메라들이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M8의 이미지 프로세싱 능력을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먼저 화이트밸런스 성능을 보자면, 가감없이 말해 M8의 화이트밸런스는 문제가 있다. 우선 AWB매우 부정확한데, 밝은 낮의 야외 촬영은 그런대로 봐줄만한 수준이나, 실내로 들어왔을 때, 그늘로 들어갔을 때 단적으로 야외에서 그림자속에 있는 피사체를 촬영할 때, 서로 다른 광원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촬영할 때는 전혀 엉뚱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밝은 낮의 야외에서도 옐로 캐스트가 끼는 것 같은데, 이 문제는 렌즈의 특성일 수도 있으므로 논외로 한다. 결국, 주광 필름을 쓴다는 기분으로 무조건 태양광 모드에 맞춰두고 쓰거나, 모든 상황에서 매뉴얼 프리셋을 사용하거나, 무조건 DNG 포맷으로 저장하고 번들링된 Capture One LE Photoshop CS2에서 일일이 보정하는 방법을 써야한다는 의미이다. 첫번째 방법은 사실상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넌센스이고, 두번째 방법을 위해서는 그레이카드나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들을 추가 구입해서 들고다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세번째 방법은 많은 유저들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위해 이용하고 있으나, 우수한 AWB의 제공을 통해 세 가지 측면의 귀찮음을 해결한 캐논의 성공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름의 시대에는 촬영자와 이미징 기술자가 분리되어 있었고, 보다 전문적인 영역이 업체들의 몫으로 남아있었으나, 디지털 시대에는 전체 프로세스가 촬영자이자 이미징 기술자인 이용자의 몫으로 온전히 전가되었고, 이로 인해 이용자들은 점점 더 귀찮은 작업들에 지쳐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라이카로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아쉬운 점은 AWB의 신뢰도가 순전히 데이터베이스의 양에 의한다면 파나소닉에 축적된 수많은 데이터를 왜 사용하지 않았는가 하는 부분이다. 적어도 이정도 수준은 탈피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두번째 포인트인 노이즈와 관련해서, M8의 노이즈 억제력은 ISO320까지가 한계이다. ISO160에서는 놀라운 퀄리티를 보여주나, ISO320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으로 떨어지고, 그 이상의 감도는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혹시라도 극악의 상황에 처한다하더라도 ISO320이상으로 세팅하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M8 ISO1250 ISO2500을 지원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저 구색맞추기일 뿐 쓰라고 만들어놓은 세팅값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근래의 노이즈 기술이 급격히 발전해서 심지어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들도 ISO1600을 가용범위에서 제공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고가의 M8로서는 치명적인 부분이다.

 

세번째로 M8을 융단폭격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데 큰 공헌을 한 색 재현력을 살펴보자. M8에는 1,005만 화소의 Kodak CCD가 사용되고 있으며, 필름 대비 1.33의 크랍배율을 제공한다. 이른바 2 CCD라는 별명이 붙은 그것이다. CCD M8에 제공한 것은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 초기 물량에 한해 놀라운 벤딩 노이즈를 제공했다. (현재는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상당부분이 개선되었지만, Ver.1.10이 나오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태이다.) 둘째, 일명 보라돌이 현상을 제공했는데, 보라돌이 현상이라는 것은 특히 높은 감도에서 촬영할 때, 검정색 피사체의 주변을 감싼 보라색 테두리의 출현을 말한다. 이에 대해서는 로우패스 필터의 부재라던가, 비정상적으로 큰 M8 Color Space 때문이라던가 말이 많은데, 결과적으로 라이카는 이 문제를 인정했고 무료로 UV/IR 필터를 제공하는 선에서 해결하려 하고 있다. 라이카를 이미 구입한 유저나, 이 문제를 알고도 M8을 구입하려는 유저도 있을 수 있으나, 이 사항은 이미지 프로세싱 상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겠다. 셋째, 1.33의 크랍배율을 제공함으로써 M렌즈들을 화각 그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라이카의 저변이 신규 유저들보다는 다년간의 충성고객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들이 자신에게 익숙한 화각을 이용할 수 없음으로해서 생기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크랍 바디에 익숙한 유저의 입장이라면 처음부터 변형된 화각을 접하겠지만, 애초부터 화각을 즐겨오던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게다가, (사실 이 문제는 다른 리뷰들에서 보고된 바가 없어 확신하지 못하나) 파인더 내의 브라이트 프레임이 실제 촬영되는 범위와 큰 오차를 보인다. 흔히 말하는 시야율 92% 94%와 같은 수준이 아닌, 필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80% 정도 수준의 시야율을 보인다. 이쯤 되면, 내가 찍고 있는 대상이 어디에서 어디까지 얼마나 기록될 지 알 수 없는 수준이다. 모든 사진을 노파인더로 찍으라는 의미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브라이트 프레임을 변화된 화각에 맞도록 조정해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라이카라는 브랜드답게 처음부터 1:1 CCD를 사용하여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으면 어떨까 생각된다.

 

부가적인 측면에서 보면, M8에 사용된 CPU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파일의 삭제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나, 리뷰와 확대 등에서는 퍼포먼스가 떨어진다. 또한 메뉴 버튼에 대한 반응 속도도 느린 편이어서 누르면 약간의 딜레이타임 후에 적용되는 느낌이다. LCD의 품질은 평균 수준인데, 고무적인 것은 LCD에 디스플레이되는 이미지와 컴퓨터로 옮겼을 때의 이미지 사이에 갭이 적다는 것이다. LCD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부분이다. 반면,  리뷰시 사용되는 것은 추출된 썸네일인 것 같은데, 두 단계만 확대해보면 계단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적어도 원본을 그대로 보여주지는 않는 것 같다. 버퍼의 용량도 충분하지 않은지, DNG포맷으로 여러 장을 촬영하면 점차 저장속도가 느려져서 다음 촬영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소위 전자 장비이라는 측면에서 M8에 채용된 부품들은 우수한 것들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M8, 무엇을 지향하는가

 

M8에 덧씌워진 비난은 라이카라는 브랜드의 내재적 가치와 시장 상황에서의 외연적 가치의 불일치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일부 유저들은 브랜드 가치는 지켜야겠는데 돈과 기술력은 없으니, 일단 외형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고객 충성에 의지하려는 안일한 태도라며 공격하고 있다.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라이카는 이 지적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길가에서 호떡을 파시는 아주머니도 호떡의 재료를 고르고 어떤 비율로 반죽을 할 것인지 얼마나 구울 것인지를 고민하고, 이것을 어느 동네의 어느 위치에서 팔 것인지 고민한다. , M8이라는 디지털 카메라가 시장에 출시되어야 한다면, 라이카에서도 동일한 당연히 훨씬 심도 깊은 고민의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8이 보여주는 불균형들은 라이카가 고민의 과정을 생략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술적으로는 특유의 완성도를 보이는 바디프레임에 비해 생략된 요소들과 추가된 요소들 간의 일관된 철학의 부재, 라이카이기 이전에 디지털 카메라로서의 기본기의 부재, 어딘지 서둘러 마무리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구석구석의 요소들로 라이카답지 않은 완성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 원인은 개발비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고, 새로운 지도부의 오판일 수도 있고, 수십 년간 누적된 오만한 기업정신의 발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M8은 라이카라는 브랜드에 어울리는 완성도와는 거리가 먼 것이고, 그 상태로 이미 시장에 출시되었다는 점이다. 뼈아픈 실수가 될 지, 향후의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고 성공적인 실험이었다는 평가를 받을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으나, 자명한 것은 경솔해보인다는 점이다.

 

제품의 마케팅적으로도 M8은 어정쩡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의 시장 추세는 특히 라이카가 위치해 온 시장은 Old Luxury 수용자 층과 Masstige(Mass+Prestige) 수용자 층으로 양분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 가치를 위해 필요 이상의 비싼 돈을 주고라도 제품을 구입하는 수용자 층이 존재하는가 하면, 적절한 가치합리적 지출을 추구하는 수용자 층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M들은 당연스럽게 Old Luxury 수용자 층을 공략해왔다. 더 좋은 제품을 충분히 비싼 가격으로 구입할 의사를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덜 계산적이었고, 수적으로도 충분했으며, 라이카라는 브랜드와도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Hermes가 라이카에 투자를 감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2007년 현재의 시장 상황은 다수의 수용자들이 Masstige로 이동해버린 상황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수용자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 감성을 모두 중시한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결여된다면 등을 돌리는 것이다. M8의 경우는 불행하게도, 이 세가지 중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이라는 측면에서 성공적이지 못한 시장 진입을 예상케하고 있다. 그나마, 라이카의 빨간 로고가 제시하는 감성적 측면, 전통적인 M바디들과 공유하고 있는 바디 외형의 만듦새가 위안을 주고 있지만 말이다.

 

라이카의 갈 길은 험란하고도 멀 것으로 보인다. Epson에서 시작된 DRF의 시장 출시는 이제 시작이라고 부를만큼 수많은 변화의 목표들이 나열되어 있다. 근본적인 철학의 변경이 요구될 수도 있고, 단순한 기술적 혁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현 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카가 보다 적극적이고 사색적인 자기 반성의 과정을 거쳐 그 일류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이어나가길 기대해본다. 그것이 필름 기반이던 디지털 기반이던 라이카는 사진계에서 사라져서는 안될 영원한 아이콘이니까. 마지막으로 자크 데리다의 경구를 인용하며 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모든 것은 유령의 출현으로 시작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이러한 출현에 대한 기다림으로 시작된다. 예견은 초조해지고 괴로워지며 현혹적이다. 그 기다림은 유령이 도착함으로써 매듭 지워진다. 귀신이 오고 있다.그러나 유령은 망령처럼 결여로 인한 것이 아니라, 존재를 이루는 근원이다. 유령은 스펙터클이다. 이것은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니다. 살과 피로 현전하지 않을 때, 비로소 유령성은 가시화된다. 다시 말해서, 존재가 현전하는 순간, 유령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환영은 유령의 현상성이다. 환영은 기본적으로 눈에 나타나는 것, 대낮에 환히 드러나는 것, 현상성과 같은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환영은 유령의 속성이자 그 속성이 실현되는 매개라고 볼 수 있다. 유령의 환영적 속성은 밤의 가시성이다. 이미지의 테크놀로지가 존재하는 순간, 가시성은 밤을 내재한다는 말에서 우리는 유령의 환영적 속성이 어떻게 이미지와 매개되는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자크 데리다, 마르크스의 유령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