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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야기/사진학

시작 - 카메라의 원리

시작 - 카메라의 원리

글: 박후선(tristein@hotmail.com)

겸손을 배우다

"사진, 그까이꺼 대충 괜찮은 카메라 하나 사서 이쁜 피사체 앞에 두고 셔터만 벙벙 눌러주면 되는거 뭐!"

카메라를 눌러보기 전에는 남이 찍은 사진을 두고 쉽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거금을 들여 DSLR 카메라를 구입하고 처음 접하는 느낌은 막막함입니다. 처음 DSLR 카메라를 사고 나면 대부분 자동 모드로 놓고 이것 저것 주변부터 찍어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소 뒷걸음치다 쥐잡 듯 한 두 컷 좋은 사진을 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기란 힘듭니다. 자신이 의도한 대로 사진이 나와주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한숨과 함께 조용히 읊조리는 말이 있습니다. "어렵다"

남이 찍은 사진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있지만 막상 자신이 카메라를 들고 찍어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을 금방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남이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감탄할 수 있게 됩니다. 찍어보지 않은 사람은 겸손하기 힘듭니다. 자신이 몇가지 찍어보고 남이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보면 겸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것이 사진에 대한 필자의 첫 번째 깨달음입니다.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일단 선명하고 아름다운 사진을 얻기를 원합니다. 그러다 다른이의 사진들을 감상해 가는 과정에서 점차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진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찍은이의 시각과 담고 싶은 이야기를 눈여겨 보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진에는 이야기가 없음을 깨닫습니다. 나아가 사진에 이야기를 담는 다는 것이 연출이 아닌 상황에서는 얼마나 드문 기회이며 또 그 기회를 맞이한다 하더라도 순간을 포착해 사진으로 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남의 사진을 보며 또 다시 감탄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필자의 두 번째 깨달음입니다.

이 즈음에서 다시 한숨과 함께 조용히 읊조리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아직 한참 멀었구나"

사진을 통해 아름답다라는 느낌과 감동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일단 겸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겸손이 사진을 보는 눈을 키워주고 사물을 보는 시각을 살려주며 보다 나은 자신만의 빛을 사진에 담아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겸손과 주관이 없음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피카소의 작품도 그의 정신이 그림에 담겨 있지 않았다면, 그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상한다면 어린 아이가 마구 해놓은 낙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자신의 의도가 반영되고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자신이 만족할 수 있다면 사진에 대한 남의 평에 연연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프로가 아닌 이상 만인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강박증에 시달릴 이유는 없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과 추함과 즐거움과 고뇌와 분노와 열정과 피곤함을 자신만의 빛깔로 담아 내면 그만입니다. 그게 취미로 하는 사진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의 시각을 담는 것이 가장 중요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단, 그런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단 남의 작품을 많이 보고 빛과 사물에 대한 뚜렷한 감각을 키워가야 할 것입니다.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독선적인 시각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자산의 느낌을 담아낸 작품을 남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에 일단은 자신이 의도한 바를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는 기술이 물론 필요합니다. 이 강좌는 그런 기술에 대한 몇가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필자도 카메라를 잡은지 몇 달되지 않은 초보입니다. 하지만 사진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분과 함께 배워가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필자는 글을 통한 정리라는 방법으로 스스로 배우기 위해 이 강좌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빛으로 그리다

우리가 쓰는 사진이란 단어는 "진짜와 비슷하다"라는 한자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영어로는 Photography로 표기됩니다. 이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빛(Photos)과 그리다(graphos)가 조합된 것으로 빛으로 그리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빛을 다루는 기술입니다. 빛의 양과 빛에 노출되는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얻기 때문입니다.

선명하고 깨끗한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빛의 양이 많을수록 유리합니다. 밝은 곳에서 밝은 렌즈를 이용해 촬영하는 것이 빛의 양을 많게 하는 한가지 방법입니다. 빛의 양이 많으면 셔터를 열어두는 시간을 짧게 할 수 있어 떨리지 않은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빛의 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고가의 밝은 렌즈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과 통합니다. 셔터 스피드를 높이면 지나치게 사진이 어둡게 나오고 셔터 스피드를 낮추면 사진은 밝아지지만 손떨림이나 피사체의 움직임에 따라 선명함을 기대할 수 없다는 한계를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바로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사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이렇듯 빛의 양과 빛에 노출되는 시간에 따른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광량에 따라, 피사체의 움직임 정도에 따라,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이 수치들을 적절하게 조합할 줄 알아야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좋은 사진을 얻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그저 다양하게 설정을 바꾸어 가며 셔터를 눌러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신만의 상황에 따른 데이터가 구축될 것입니다. 필자도 아직 이 작업을 해보고 있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같은 것을 수십번 찍어 그 중에 좋은 것을 골라내는 것 또한 초반에 할 수 있는 권장할만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초보인 필자도 수백장을 찍어 그 중에 한 두장만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온다면 만족하는 수준입니다. DSLR의 큰 장점 중 하나는 필름 값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껏 셔터를 누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언젠가는 한 컷 한 컷 심혈을 기울여 찍고 그 대부분의 컷이 마음에 드는 수준까지 이를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희망을 충족시키려면 우선 사진의 원리를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동작 원리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발전 가능성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다소 지루하고 마음이 급할지 몰라도 이 부분을 지나치지 말기 바랍니다. 빛을 그리기 위해서는 빛과 카메라를 이해해야 합니다. 짧은 순간에 대충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는 수준에 머문다면 그 뒤에 있을 수 있는 발전은 더욱 더디게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눈과 카메라

지구상에 빛을 다루는 가장 탁월한 존재는 우리의 눈입니다. 아직까지 어떤 카메라도 우리 눈의 색분별 능력과 해상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는 빛에 대한 기술의 발명이라기 보다는 발견이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그 만큼 카메라는 우리의 눈과 동일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동작 원리 또한 같습니다. 생물학 시간에 우리 눈의 구조에 대해서 배운 것이 어렴풋이 기억날 것입니다. 그 지식을 토대로 우리 눈과 카메라를 비교하면 그 구조와 동작 원리에 대해서 이해하는데 보다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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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우리눈의 구조

우리 눈의 수정체를 영어로는 Lens로 표현합니다. 카메라의 렌즈와 동일한 역할을 합니다. 밝은 곳에 가면 홍체가 조이면서 빛의 양을 감소시킵니다. 반대로 어두운 곳에 가면 홍체가 열리면서 빛의 양을 최대한 많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 홍체의 역할을 하는 것이 카메라의 조리개(Iris 혹은 Aperture)이며 날개모양으로 조여지고 열리고 하면서 빛의 양을 조절하게 됩니다. 렌즈를 통과한 빛은 망막에 도달해 상을 맺습니다. 망막은 빛의 각 색상을 인식하고 이 것이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됩니다. 카메라에서 망막의 역할을 하는 것은 필름입니다. DSLR의 경우 이 망막의 역할은 감광체인 CCD나 CMOS가 담당합니다. DSLR에서 CCD나 CMOS는 빛을 R/G/B로 분해하여 메모리로 기록합니다.

사진은 순간을 담는 작업입니다.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손떨림이나 피사체의 움직임에 따른  궤적이 그대로 사진에 담겨 흐릿한 사진이 되고 또 지나치게 오래 노출시킨다면 흰색 이외에는 아무런 내용도 기록되지 않을 것입니다. 즉, 빛을 잠시 통과시키고 바로 빛을 끊어주어야 합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셔터입니다. 우리 눈의 눈꺼풀에 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셔터를 누른다'라는 표현과 함께 셔터를 카메라 위에 붙은 단추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 단추는 셔터를 동작시키는 단추이며 셔터는 카메라 내부에서 빛을 차단시키는 눈꺼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일종의 막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카메라의 구조 중 사진을 찍는 이의 기술과 관련된 것은 조리개와 셔터이며 사진의 품질과 관련된 것은 렌즈와 CCD 혹은 CMOS입니다. 좋은 렌즈와 좋은 카메라 바디를 가진다면 좋은 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품질이라는 것은 찍는이가 좀 더 열악한 상황에서 좀 더 좋은 결과를 얻게해 주는 것 뿐 좋은 사진이라는 것과는 다릅니다. 좋은 사진은 조리개와 셔터의 값을 조절하고 구도를 잡아 찍는 사진 찍는이의 손길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바늘 구멍 카메라

처음 카메라의 원리를 고안한 사람은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입니다. 카메라의 어원은 라틴어로 camera obscura이며 '암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방을 의미하는 camera와 어둡다를 의미하는 obscura가 합쳐져 암실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것은 사진의 첫 발견과 상관이 잇습니다. 어두운 방의 벽에 작은 구멍을 뚫고 반대편 벽쪽에 막을 설치해 그 막에 거꾸로된 형상이 맺히도록 한 것이 카메라의 시초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바늘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이 역상으로 맺혀지는 현상과 바늘구멍이 작을수록 보다 대상의 선명도가 좋아진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필름과 인화지가 없었던 시절에 이렇게 맺혀지는 상을 기록하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1800년대 까지도 카메라의 원리는 구멍이 뚫린 상자와 거울을 이용해 종이에 맺히는 상을 그대로 스케치 하는 용도 정도로 이용되었습니다.

이렇게 바늘 구멍을 통해 빛의 상을 맺히게 하는 것을 바늘 구멍 카메라 (Pin hole camera)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 렌즈 제품안에는 보통 10매 이상의 렌즈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빛의 산란과 정확도를 위해 사용되는 이런 복잡한 광학 기술은 뒤로 하고 작은 바늘 구멍 카메라를 통해 카메라의 원리를 이해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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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바늘 구멍 사진기


바늘구멍 사진기에서 상이 역으로 맺히는 것은 빛의 직진성에 따른 것입니다. <그림 2>의 개의 머리부분은 바늘 구멍을 직선으로 통과하면서 아랫 부분에, 개의 발 부분은 바늘 구멍을 직선으로 통과하면서 윗 부분에 상이 맺히게 됩니다.

<그림 2>에서 바늘 구멍의 크기를 달리하면 초점이 맺혀지는 거리상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구멍이 클 수록 초점이 맺혀지는 거리가 짧아지며 "심도가 얕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구멍이 작을수록 초점이 맺혀지는 거리가 넓어지며 "심도가 깊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한마디로 바늘구멍이 작으면 전경과 배경이 모두 선명하게 초점이 맺히며, 바늘 구멍이 넓으면 초점 부분만 선명하고 다른 부분은 모두 흐리게 나타납니다. 이를 피사계의 심도라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다루겠습니다.

우리눈의 동공은 렌즈의 구경보다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편으로 실제 우리 눈을 통해 보는 사물과 구경이 큰 렌즈를 통해 보는 사물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가 바로 "구멍의 크기"에 따른 차이입니다. 이 차이가 우리가  눈으로 보는 사물과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는 사물 사이의 색다름을 느끼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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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log.dreamwiz.com/tristein/5105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