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의 종류와 선택
글: 박후선(tristein@hotmail.com)
필자가 느끼기에 카메라의 바디의 성능은 열악한 환경에서 얼마나 더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는냐를 결정하는 것일 뿐 사진의 본질적 품질에 지대한 영향은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고가의 바디를 만져보지 못한 필자의 좁은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만, 풍부한 광량과 비교적 움직임이 적은 피사체를 다룬다면 고가의 바디나 저가의 바디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고가의 바디는 어두운 곳에서의 노이즈의 억제와 수차 현상의 감소, 빠른 연속촬영 등 열악한 환경에서 보다 다양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무시 못할 매력을 가진 것이 사실이지만 사진의 품질과 표현의 주요 역할은 렌즈가 담당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필자와 같은 초보자들이 사진을 처음 시작하기 위해 바디와 렌즈를 구입하려고 할 때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는 바디의 성능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바디에 대한 정보는 사용기와 리뷰등의 인터넷 게시물들을 통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어 여러 가지 비교를 통해 구매를 결정하는 반면 렌즈는 거의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구매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에 맞게 렌즈를 구매한다면 몫돈을 주고 구입한 렌즈가 마음에 안들어 다른 렌즈를 구입하게 되고 그런 중복투자로 인해 애물단지를 껴안고 한숨 쉬는 일을 피해갈 수 있습니다. 사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그리고 원하는 대로의 결과물을 얻는데 렌즈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렌즈의 선택은 필수적입니다. 렌즈 제품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다양하며 초보자가 접하기에 너무 복잡해 보일 뿐 아니라 생소한 기호들로 가득차 보입니다. 하지만 이 강좌를 통해 정리된 내용만 이해하더라도 어느 정도 렌즈를 분류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렌즈를 선택할 수 있는 지침 정도의 역할은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렌즈의 초점거리와 화각
초점거리란 간단하게 렌즈와 감광부(CCD, CMOS) 사이의 거리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실제로 하나의 렌즈 제품은 여러개의 렌즈 매수로 구성되기 때문에 보다 복잡합니다.
이전 강좌에서 살펴본 피사계의 심도가 깊이를 나타낸다면 화각은 사진상에 표현되는 피사계의 넓이를 말합니다. 초점거리가 짧으면 화각이 넓어지며 초점 거리가 길면 화각이 좁아집니다. <그림 8>은 초점거리와 화각의 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림 8>의 왼쪽 그림은 렌즈와 CCD/CMOS 간의 거리, 즉 초점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 화각은 넓어집니다. 반대로 <그림 8>의 오른쪽 그림은 렌즈와 CCD/CMOS간의 거리, 즉 초점 거리가 길어 화각이 좁아집니다.
<그림 8> 초점거리와 화각의 관계
렌즈는 초점 거리에 따른 화각에 따라 크게 광각(Wide Angle), 표준(Standard), 망원(Telephoto) 세가지로 나뉘어집니다. 이 기본 화각을 기초로 편의에 따라 초광각, 준망원, 초망원으로 좀 더 세분화 시킵니다. <표 1>은 초점거리에 따른 화각과 렌즈의 계열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람의 시야와 가장 유사한 초점거리 50mm를 기준으로 합니다.
초점 |
24 |
28 |
35 |
50 |
85 |
135 |
200 |
300 |
400 |
600 |
1200 |
화각 |
90° |
75° |
63° |
46° |
28° 30´ |
18° |
12° |
8° 15´ |
6° 10´ |
4° 10´ |
2° 15´ |
계열 |
광각 |
표준 |
준망원 |
망원 |
초망원 |
<표 1> 초점 거리에 따른 화각과 분류
초점거리에 따라 넓은 화각을 표현할 수 있는 광각렌즈, 사람의 눈과 가장 유사한 표준렌즈, 그리고 초점 거리가 길어 화각은 좁아지지만 먼 곳의 것을 가까이 당겨서 찍을 수 있는 망원렌즈가 화각에 따른 렌즈의 계열입니다. 각 화각에 따른 렌즈 계열상의 특징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광각(Wide Angle) 렌즈
일반적으로 렌즈 초점거리가 24mm∼35mm 정도의 렌즈를 광각 계열로 분류합니다. 화각이 넓어 풍경이나 건축물, 인테리어 사진등에 적합합니다. 화각이 넓은 대신 원근감이 과장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말해 근경과 원경의 거리감이 눈으로 볼 때 보다 더 멀어보입니다. 또한 심도가 깊고 팬포커스(Pan focus)의 경향이 짙게 나타납니다. 대략 20mm나 그 이하의 초점 거리를 가진 렌즈는 초광각 렌즈로 분류됩니다. (심도에 대해서는 2회 강좌를 참고 하십시오)
-
표준(Standard) 렌즈
렌즈 초점 거리가 38mm∼58mm 정도일 때 표준 렌즈로 분류합니다. "표준"이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가장 인간의 눈에 가깝게 사물을 표현해 주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느끼는 화각과 비슷한 화각, 원근감을 가지고 있어 눈으로 보는 느낌 그대로 사진이 찍힙니다. 조리개를 개방하면 망원의 아웃 포커스를, 조리개를 조이면 광각의 팬 포커스를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어 렌즈를 하나만 장만할 경우에 추천할 만한 렌즈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어느 하나 특징적인 것이 없어 밋밋한 사진을 얻기 쉽습니다.
-
망원(Telephoto) 렌즈
일반적으로 렌즈 초점 거리가 135mm 이상을 망원 렌즈로 분류합니다. 초점 거리가 길기 때문에 화각이 좁게 나타납니다. 또한 원근감이 거의 없으며 심도가 얕아 아웃포커스(Out focus)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400mm의 초점거리 부터는 초망원 렌즈로 분류됩니다. (심도에 대해서는 2회 강좌를 참고 하십시오)
특수한 용도의 렌즈
-
어안(Fisheye) 렌즈
어안은 말 그대로 '물고기의 눈'을 뜻합니다. 렌즈가 물고기눈 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렌즈는 약 15mm 초점 거리에 180°에서 많게는 220°의 어마 어마한 화각을 지원합니다. 화각이 매우 넓기 때문에 초 광각(Super wide) 렌즈라고도 불립니다. 볼록한 렌즈를 통해 빛이 들어오므로 상당히 심한 왜곡이 나타납니다. 어안렌즈로 사람 얼굴을 찍는다면 아마 만화주인공처럼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기 힘든 대각선형 어안 렌즈도 있는데 지하철역의 철도와 역사를 표현하는 등 직선형 원근감을 나타낼 때 사용합니다.
.
<그림 9> 어안렌즈로 촬영한 사진
-
접사(Micro 혹은 Macro) 렌즈
주로 꽃이나 곤충등 작은 사물을 세밀하게 표현할 때 사용하는 렌즈입니다. 일반적인 촬영과는 초점과 노출 방식에서 차이가 나므로 특별히 접사 기능을 지원하는 렌즈가 따로 있습니다. 초점거리가 비교적 짧은 표준계열의 접사렌즈는 피사체에 가깝게 접근해도 왜곡 현상이 없도록 특수 설계되어 있습니다. 100mm, 200mm등 초점 거리가 망원계열에 가까운 접사렌즈는 접근하기 힘든 곳을 비교적 먼곳에서 촬영하거나 곤충들이 놀라서 도망가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망원계열의 접사렌즈는 그 특성상 손떨림과 피사체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삼각대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망원계열의 접사 렌즈가 훨씬 고가인 편이며 보다 전문적인 렌즈입니다. 접사 렌즈라고해서 일반 휴대용 디지털 카메라의 접사모드 처럼 피사체의 1cm 바로 앞에서 찍지는 않는다는 점 기억하십시오.
접사 기능을 지원하는 렌즈나 접사 전용 렌즈를 사용해야 꽃이나 곤충을 정교하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접사의 매력은 사람의 눈으로는 도저히 살펴볼 수 없는 꽃이나 곤충의 모양을 세밀하게 촬영해 내는데 있을 것입니다. 일반 광각, 표준, 망원렌즈로 <그림 10>과 같이 피사체가 세밀하게 묘사된 사진을 얻는 것은 사실상 힘듭니다.
<그림 10> 접사렌즈로 촬영한 사진
줌(Zoom)렌즈와 단(Singlet)렌즈
-
줌렌즈
초점 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렌즈를 줌렌즈라 합니다. 초점 거리를 길게 하면 망원쪽으로 진행해 피사체가 당겨지며 화각이 좁아집니다. 반대로 초점 거리를 짧게 하면 광각 쪽으로 진행해 피사체가 멀어지며 화각이 넓어집니다. 초점 거리를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찍는이가 구도를 좀 더 편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이런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줌렌즈는 광학적 특성상 렌즈의 밝기가 상대적으로 어둡습니다. 렌즈의 밝기로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해서는 2회 강좌에서 상세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전 줌 영역에 걸쳐 f2.8 정도의 고정 밝기를 지원하는 줌렌즈의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보면 줌 렌즈에서 렌즈를 밝게 한다는 것이 광학적으로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큰 마음 먹고 구입한 70-200mm f2.8 고정 밝기 망원 줌 렌즈는 필자가 가진 카메라 바디보다 2배 넘게 비쌉니다.
-
단렌즈
초점 거리가 고정되어 있는 렌즈를 단렌즈라 부릅니다. 단렌즈는 초점 거리가 고정되어 있으므로 구도를 잡기 위해서는 찍는이가 피사체에 다가가거나 멀어지거나 하면서 구도를 맞추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발줌'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줌 렌즈에 비해 뛰어난 화질과 렌즈 밝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f1.4나 f1.8 50mm단렌즈는 비교적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필자도 f1.8 50mm 단렌즈를 가지고 있는데 실내 인물 촬영등에 사용하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실내에서는 무조건 단렌즈로 갈아 끼우는게 버릇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앞 뒤로 움직여 가며 구도를 맞추어 보는 것도 의외로 재미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접사렌즈들도 단렌즈가 많습니다. 간혹 망원 줌렌즈에 접사 기능이 지원되는 경우가 있으나 아무래도 접사 전용 단렌즈에 비해 세밀한 묘사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고가의 초 망원렌즈 역시 단렌즈로 구성된 것이 많습니다. 구도 잡기가 까다롭다는 단점만 빼면 단렌즈는 줌렌즈에 비해 뛰어난 선예도와 렌즈 밝기만으로도 줌렌즈의 편리함을 뛰어 넘습니다.
자신에 맞는 렌즈 선택하기
무엇을 주로 찍을 것인가에 따라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렌즈중에 몇가지를 선택해 볼 수 있습니다. 렌즈를 선택함에 있어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화각이며 그에 더해 렌즈의 밝기도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니다. 밝은 렌즈가 좋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실외 촬영을 주로할 경우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수 있습니다. f1.4와 f2.8수치상으로는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자만 밝기는 4배가 차이 납니다(2회 강좌 참고).
렌즈의 선택에서 후회가 없으려면 화각을 고려한 렌즈의 라인업을 미리 생각해 중복투자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20mm-70mm 정도의 줌렌즈는 풍경을 위한 광각과 인물을 위한 표준렌즈 범위를 모두 커버할 수 있어 좋습니다. 특히 비록 고가이기는 하지만 f2.8 고정밝기 렌즈라면 더할나위 없는 렌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발줌'이라는 불편함과 렌즈를 갈아끼우는 수고스러움을 참을 수 있다면 표준까지는 단렌즈로 구성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28mm나 35mm 광각계열의 단렌즈 하나와 50mm의 표준 계열의 단렌즈 하나면 광각과 표준을 커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f1.4에 이르는 뛰어난 렌즈 밝기와 선명한 화질은 단 렌즈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매력적인 한가지 이유가 됩니다.
망원 계열은 70-200mm나 70-300mm 정도의 줌렌즈를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자는 70-300mm를 사용하다가 보다 밝은 70-200mm 망원 렌즈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는데 300mm에 비해서 망원에 있어서 약간의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60mm 정도의 접사(매크로 혹은 마이크로) 렌즈가 하나 있다면 지구상에 가장 훌륭한 피사체라고 볼 수 있는 꽃과 곤충을 담아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좀 더 욕심을 내어 80mm나 망원계열의 접사 렌즈를 꿈꾸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사진을 찍다보면 렌즈 하나로는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때의 부족함을 매꿀 수 있도록 렌즈를 특화 시키는 것도 좋습니다. 자신이 선호하는 사진을 위한 렌즈를 먼저 구매하되 추후의 렌즈 라인업을 고려해 미리 장기 계획을 세워 두는게 현명한 렌즈의 선택 방법입니다.
- 善 -
'사진 이야기 > 사진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트로보 (sb800, sb600) 사용법 총정리 (0) | 2008.07.09 |
---|---|
시작 - 카메라의 원리 (0) | 2007.03.09 |
일출 일몰 찍기 (0) | 2007.03.09 |
빛 이야기: 자연광, 순광, 측광, 역광, 빛 세기 조절법 (0) | 2007.03.09 |
렌즈 이야기: 카메라 렌즈의 구조와 명칭, 기능 (0) | 2007.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