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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개와 심도, 그리고 셔터 스피드

조리개와 심도, 그리고 셔터 스피드

글: 박후선(tristein@hotmail.com)

조리개(Aperture)

앞서 바늘구멍 카메라를 살펴 보면서 바늘 구멍의 크기를 조절하면 초점의 영역이 달라진다고 했습니다. 카메라 렌즈에서는 바늘 구멍의 크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조리개가 담당합니다. 조리개는 날개모양으로 렌즈에 붙어 있으며 조리개를 개방했다 조였다 하는 것으로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고 초점이 맺혀지는 범위를 조절합니다. 이 조리개는 렌즈에 붙은 조리개 링을 돌려 수동으로 맞추는 방법이 있지만 대부분의 렌즈에는 CPU가 내장되어 있고 카메라 바디와 통신하여 조리개 수치를 바디에서 제어합니다. 아예 렌즈에 조리개 링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렌즈의 가격도 싸집니다. 대부분의 DSLR에서는 조리개의 조임 정도를 수치로 간단한 다이얼 등을 통해 빠르게 조정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림 4> 렌즈의 조리개

조리개(Aperture)와 셔터스피드(Shutter speed)의 관계

조리개를 조이면 피사계의 심도가 깊어지면서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이 줄어듭니다. 다시 말해, 조리개를 조일수록 구멍이 작아지고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으므로 사진이 어둡게 나타닙니다. 이를 방지하려면 노출되는 시간을 길게 해주어야 하는데 노출되는 시간을 담당하는 것이 셔터 스피드입니다. 동일한 밝기의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빛의 양이 반이 줄어들어 들었을 때 셔터의 속도를 배로 느리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림 5>가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 5>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의 관계

<그림 5>는 조리개의 수치를 f1.4, f2, f2.8, f4, f5.6, f8, f11, f16, f22로 점점 조인 결과입니다. 필자가 가진 렌즈의 밝기가 f1.8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f1.4의 사진은 수록하지 못했습니다. 조리개의 수치 단계는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각 단계별로 빛의 양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f1.4에 비해 f2에서는 빛의 양이 1/2 줄어들고 f2에 비해 f2.8에서는 빛의 양이 1/2 줄어드는 식입니다. 다시말해 f1.4에 비해 f2.8은 빛의 양이 1/4 줄어드는 셈입니다. 대부분의 렌즈는 저 단계 보다 더 세밀하게 조리개의 수치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f2를 1로 봤을 때 촬상면에 도달하는 빛의 양을 나타냅니다.

조리개

f1.4

f2

f2.8

f4

f5.6

f8

f11

f16

f22

빛의양

2

1

1/2

1/4

1/8

1/16

1/32

1/64

1/128

조리개를 조임에 따라 빛의 양이 줄어드는 현상은 <그림 5>의 오른쪽 사진을 살펴보면 알수 있습니다. 셔터 스피드를 1/20초로 고정시킨 상태에서 조리개의 수치를 변경해 보면  f2의 사진은 빛이 과하여 흰색에 가까운 반면  f22의 사진은 거의 암흑입니다. 구멍의 크기가 줄어들어 빛이 감광체에 거의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리개를 조이면서도 사진의 밝기를 유지할 수 있으려면 셔터 스피드를 조정해 주어야 합니다. 사진의 밝기를 결정짓은 것은 빛의 양과 빛에 대한 노출 시간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빛의 양은 조리개로 조절하며 빛에 대한 노출 시간은 셔터가 담당합니다. 셔터는 빛이 전달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합니다.  셔터 스피드가 빠르다는 것은 빛을 짧게 통과시키고 다시 빛을 막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셔터 스피드가 느리다는 것은 빛을 오래 통과시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셔터스피드가 빠르면 빛에 대한 노출 시간이 줄어들어 사진이 어둡게 나타나고 셔터스피드가 느리면 빛에 대한 노출 시간이 길어져 사진이 밝게 나타납니다.

<그림 5>의 왼쪽 사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조리개를 f2에서 f22까지 조여주면서 셔터 스피드는 단계별로 배로 느리게 해주었습니다. 전체 사진에 걸쳐 동일한 밝기가 유지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즉, f2에서 f2.8로 조리개를 줄이면 빛의 양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셔터 스피드를 1/40초에서 1/20초로 배로 느리게 해주었기 때문에 동일한 밝기의 사진이 나타납니다. 동일한 밝기를 유지하기 위해 f2에서는 1/40초였던 셔터 스피드가 f22에서는 3초가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3초의 시간동안 셔터를 열어두면 아무리 정교하게 찍더라도 손떨림이나 피사체의 움직임에 의해 내용이 뭉그러진 사진을 얻게 될 것입니다. 3초동안 움직인 피사체와 손떨림이 그대로 사진에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삼각대는 거의 필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리개와 셔터 스프드의 관계는 둘다 사진의 밝기에 영향을 미치며 물고 물리는 관계에 있습니다. 그래서 조리개를 많이 열수 있는, 다시 말해 f의 수치가 낮은 밝은 렌즈가 고가로 취급됩니다. 조리개를 많이 개방할 수록 셔터 스피드를 좀 더 빠르게 유지할 수 있고 셔터 스피드를 빠르게 유지할 수 있어야 선명하게 순간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사계의 심도 (Depth of field)

조리개가 가지는 다른 변수, 피사계의 심도가 또 우리를 괴롭힙니다. 초점이 맞는 거리의 범위를 피사계의 심도라 부릅니다. <그림 6>은 조리개를 f2로 개방했을 때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으로 일정 거리 범위만 초점이 맞고 그 이전과 이후의 영역은 초점이 맞지 않습니다. 초점이 맞는 거리상 범위 정도를 심도(Depth)라 하며 조리개의 개방 정도에 따라 심도가 달라집니다.

<그림 6> 피사계의 심도

조리개를 개방하면 초점이 맺히는 범위가 짧아지며 이를 심도가 얕다고 합니다. <그림 5>의 f2사진을 살펴보면 전경만 선명하고 뒷부분 피사체들은 모두 흐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리개를 개방할수록 심도가 얕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심도가 얕아 초점 이외의 부분이 흐려지도록 맞춘 초점을 아웃포커스라 부릅니다.

<그림 7>은 조리개를 f4로 조여본 결과입니다. 조리개를 좀 더 조였기 때문에 초점 영역 또한 넓어졌습니다. 이렇게 초점 영역이 넓은 것을 심도가 깊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림 7> 피사계의 심도

<그림 5>의 f22의 사진을 보면 전경과 배경까지 모두 선명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리개를 조여서 심도가 깊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심도가 깊어 초점의 범위가 넓은, 다시말해 전경과 배경이 모두 뚜렷하게 나타나도록 맞춘 초점을 팬포커스라 부릅니다.

고가의 밝은 렌즈를 사서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면 셔터스피드를 높여 손떨림과 피사체의 움직임에 영향을 덜 받는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심도가 지나치게 얕아 낭패를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인물 사진을 찍었는데 콧날만 선명하고 턱선이 흐리게 나타나는 경우라던지, 꽃을 찍었는데 꽃술만 선명하고 꽃잎이 흐리게 나타나는 경우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찍는이의 의도에 따라 조리개 수치를 적절히 조절해 심도를 맞추어 주어야할 경우가 많습니다. 조리개를 조여 심도를 변화시키면 사진의 밝기 유지를 위해 당연히 셔터 스피드 또한 조절해 줄 수밖에 없습니다.

풍경사진의 경우, 혹은 인물과 배경을 함께 담고 싶은 경우 심도를 깊게 해야 하므로 조리개를 상당한 수준 조여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또한 야경의 경우 조리개를 개방하면 빛이 흐려지는 현상이 생길 수 있어 조리개를 조이고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하여 촬영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단, 조리개를 조이게 되면 사진의 밝기를 유지하기 위해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손떨림등으로 피사체가 뭉그러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느린 셔터 스피드에서는 삼각대등을 사용해야 합니다.

어두운 피사체에 셔터 스피드가 지나치게 느리면 사진에 노이즈가 발생합니다. 이것은 카메라 바디의 성능 문제입니다. 고가의 카메라 바디일수록 노이즈가 억제됩니다. 셔터 스피드에 따른 노이즈 발생 여부는 카메라 바디마다 다르므로 소유한 바디가 어느 정도의 어둠에서 어느 정도의 셔터 스피드를 감당하는지 실제로 찍어서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사진을 찍는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빛의 양과 노출 시간입니다. 주변의 광량이 풍부할수록, 조리개를 많이 개방할수록, 셔터 스피드가 빠를수록 비교적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지만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찍는이가 표현하고자 하는 심도의 깊이입니다.

선명함과 의도한 심도의 표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에 대한 감각을 키워가야 합니다.

조리개 우선, 셔터 스피드 우선

대부분의 DSLR 카메라는 조리개 우선 모드와 셔터스피드 우선 모드를 지원합니다. 조리개 우선 모드는 A(Aperture)등의 다이얼로 표현되며 셔터스피드 우선 모드는 S(Shutter speed)등의 다이얼로 표현됩니다. 수동모드인 M(Manual)등의 다이얼로 맞추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모두를 조절하며 사진을 찍는 것이 좋겠지만 빛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오랜 경험이 없이 수동모드로 촬영하는 것은 힘듭니다.

따라서 초심자는 조리개 우선 모드나 셔터스피드 우선 모드등의 반자동 모드를 선택해 사진을 찍는 것이 좋습니다. 조리개 우선 모드는 자신이 원하는 조리개 값만 지정하고 셔터스피드는 측광된 빛의 양에 따라 카메라 바디가 자동으로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셔터 스피드 우선 모드는 반대로 원하는 셔터 스피드를 지정하면 카메라 바디가 자동으로 조리개 개방 정도를 맞추는 방식입니다.

필자는 조리개 우선 모드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조리개의 개방 정도로 심도를 조절하는 편이 의도한 사진을 더 쉽게 찍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자동 모드로 촬영하다 어느 정도 감각이 생기면 조리개 우선 모드로, 그리고 좀 더 경험이 쌓이면 수동 모드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감도(ISO)

사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로 ISO가 있습니다. 필름에는 ISO100, ISO200등의 수치가 붙어 있는데 필름의 감도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이 수치는 필름이 빛에 얼마나 민감한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값이 높을수록 감도가 좋습니다. 감도가 좋다는 것은 어두운 곳에서도 쉽게 원하는 밝기의 사진을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시말해, ISO 수치가 높을수록 셔터 스피드를 빠르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DSLR의 CCD나 CMOS도 이 수치로 빛에 대한 감도를 표현합니다. 대부분의 DSLR은 ISO를 사용자가 지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ISO의 수치를 높게 설정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필름의 경우 ISO 수치가 높아질수록 감광 입자가 굵어집니다. 입자가 굵다는 것은 결과물인 사진이 거칠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DSLR의 경우 이 현상이 노이즈로 나타납니다. ISO 수치를 높이다 보면 마치 인쇄물의 망점이 보이듯 굵은 입자의 노이즈 현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ISO 수치에 따른 노이즈 발생 여부는 카메라의 바디의 성능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소유한 카메라의 바디의 특성입니다. 고가의 바디일수록 노이즈는 억제될 것입니다.

바디에 따라서는 ISO 수치를 자동으로 맞추어 주는 기능을 가진 것이 있습니다. 필자 역시 처음에 ISO를 자동으로 맞추어 사용하다가 요즘에는 낮은 수치로 고정시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곳의 촬영등에서 굵은 망점 같은 노이즈를 경험하느니 차라리 셔터 스피드가 느리거나 혹은 사진이 어두운 편이 낮다는 판단에서입니다.

- 善 -

출처 : http://blog.dreamwiz.com/tristein/5105435